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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월의 끝자락에.

또 정신을 차리니 어느새 팔월. 그것도 팔월의 끝자락에. 며칠 무섭게 비가 내렸다가, 추웠다가, 또 더웠다가. 여름이 다 지나갔구나, 하고 안심할 즈음 어제와 오늘은 폭염에 가깝게 더웠다. 더위에 약한 강아지와 함께 사는 사람은 조금 곤란해 하며 다시금 에어컨을 가동했다. 정신없이 사진에 푹 빠져 찍고 다녔던 게 과연 몇 년 전이었는지. 내 재량으로 다룰 ...

정신을 차리니 오월; 삼월에 금융치료 겸 은하수 찍겠다고 새 렌즈를 들였고, 사월에 친구를 꼬셔서 오월 안반데기 출사 일정을 잡았고, 오월이 되었다. 그리고 일정 잡아둔 날짜에 전국이 흐림 예상이라 울적해진 나. 동행할 친구가 나처럼 자유로운 일정을 잡을 수 없어서 일단 달력만 보고 한 달 전에 날짜를 잡아버려서, 좀 불안불안하기는 했지만 결국 날씨는 흐림...

5월 15일은 음력 4월 4일. 월말 또는 월초는 아니지만 동행의 일정 상 그 전에는 어려워서 저녁 출발하여 안반데기에 출사 가기로 했다. 날이 맑았으면 하는데, 아직 한참 남은 일정이라 매일 기도하는 기분. 다시 은하수를 찍기 위해 20mm 렌즈를 샀고, 역시 필름으로도 다시 도전하기 위해 렌즈를 살펴본다. 바쁜 것은 여전히 바쁘고, 마음은 여전히 넉넉하...

말하자면 정신을 차리니 이월이 갔다. 이월(二月)을 이월(移越)해버린 느낌. 실없고 쓸데없는 말장난을 하기까지 스물여덟의 날은 그리 길지 않았고, 여전히 무거운 짐을 두르고 간신히 여기까지 기어 왔다. * 나이를 먹으면, 둔해진다던데. 그게 닳는다는 의미일 줄은 몰랐지.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재빨리 마모되는 자신을 지켜보는 것은 그리 재미있는 일은 아니다....

일기를 잘 쓰지 않는다. 계획도 잘 하지 않는다. 게을러서 쓰지 못했고, 게으른 주제에 완벽주의 성향을 가진 이들이 그러하듯 실패가 두려워 하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너무도 많은 시간이 흘러서 올해는 무언가를 해야겠다고 결심했다. 아카이빙이라는 행위에는 얼마나 많은 고민을 섞을 수 있을까. 힘들었던 2020년을 보내고, 2021년에는 조금 더 많이 ...